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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육아

아침 등교 전쟁과 남매 싸움, 싸우는 이유 높은 긴장감과 불안감

by 꾸리네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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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등교 때마다 남매간 전쟁통이 따로 없다. 몇 번을 겪고 나서 아이에 대해 깨달은 점을 풀어보고자 한다. 

 

아침등교풍경

아침은 전쟁통이다.그닥 늦게 일어나는 편은 아니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심지어 평화로이 아침도 먹는다. 오히려 학교 갈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뒹굴뒹굴하다가 "너 몇 분에 준비할 거야?" "어 8시 17분"이라고 한다. 17분이 되면 그때서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누나를 놀리고 괜히 심술내고, 청개구리 짓을 한다. 누나는 하지 말라고 더 짜증 내고 화내고. 울고, 나는 처음에는 듣기 좋게 타일러도 보고 어르며 누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 최대한 화를 안 내려고 노력한다. 아침엔 기분 좋게 보내려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다가 서로 싸우고 소리 지르고 동생은 더욱더 기를 쓰고 놀려댄다. 나는 아이가 아빠 있을 때는 말 잘 듣더니 내 말은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  아침에 서로 남매끼리 소리 지르며 싸우고 우는 데시벨은 드디어 나의 인내심의 임계점을 넘어버리게 하고 만다.

 

우주대폭발. 

엄마의 화, 누나의 짜증+눈물, 동생의 장난+억울함의 포효+눈물이 범벅이 되며 환장의 콜라보가 된다. 자꾸 먼저 찌럭찌럭 건드는 동생에게 꽥 소리는 질러 사태는 어느 정도 종료가 되었지만, 눈물범벅+억울함 가득인 모습에 그만 바로 후회가 됐다. 누나는 늦었다며 짜증 내고 인사도 안 하고 가버리고, 결국 동생도 20분이나 늦게 눈물 닦으며 학교에 간다. 힘이 쭉 빠진다. 아... 왜 화를 냈을까. 조금만 참을걸. 울리지 말걸.. 누나도 기분 좋게 학교 보내야 하는데.. 엉망진창이다. 한창 자책하던 차에 전화가 온다. "어떤 엄마가 아침에  OO이 울고 간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었어? 그래도 아침엔 기분 좋게 보내야하는데..". 어떤 말을 해도 이상하다. 아침부터 아이 울린 엄마. 아들 흉보는 옹졸한 엄마의 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휴.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안 그래도 속이 상한데 동네에 소문이 난 것 같아 더욱 작아진다.  이런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침에는 화가 나서 자기 마음에 불이 났고 학교 가서는 불이 꺼졌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 마음에서 꺼진 불 위에 썩은 풀이 났다고 했다. (참고로 기분 좋으면 싱싱한 풀이 난다고 한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잔뜩 하소연하면 출근해서 일하는 남편은 어리둥절이다. 남편둥절. 노공감에 이래저래 기분이 별로다.

 

나는 나쁜 엄마인가

둘다해본 경험해 본 바,  워킹맘은 워킹맘 나름의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 죄책감, 그리고 일, 육아 뭐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지만, 전업은 나름 전업대로 집에서 신경 쓰는 만큼 더 잘해주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아침 등굣길에 울고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절로 나쁜 엄마인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마음이 좋지 않다. 특히 전업맘은 아이하나 보고 집에 있는데 그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특히나 내가 잘못해서 불행해 보인다면 나의 존재감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대개는 그렇지 않겠지만 내가 특히 더 심한 경우겠지.)

 

왜 그럴까 왜 아침마다 반복인 걸까

그러다가 생각했다. 왜 그럴까? 왜 아침만 되면 그럴까. 왜 등교 임박한 시간에 그럴까. 일단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제쳐두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해결책을 찾아야 서로 편할 테니. 

 

불안, 긴장감이 높은 아이

생각해 보니 아이는 불안과 긴장감이 높은 아이다. 새로운 곳에 가면 항상 과하게 긴장하고, 또 적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다. 아침풍경을 잘 되새겨보니, 아이는 8시 17분이 되기 전까지는 굉장히 평온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편안하게 있다가 17분이 되자 학교 갈 시간, 옷 입고 준비할 시간이 촉박함을 느끼며 친구들과의 등교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 엄마의 재촉 등이 아이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시간적 압박감으로 심장이 쫄깃쫄깃해지고 긴장감이 폭발한다. 그러면서 막상 해야 할 일 (양치, 옷 입기, 준비하기)는 안 하고 누나를 놀리고(엄마는 놀려도 반응이 없어 재미없다.) 놀리면 즉각 즉각 돌아오는 화내는 피드백이 재밌기도 하고, 허튼짓하다가 시간이 더 지나고, 늦을 것 같다는 스릴과 긴장감이 더욱 폭발하는 것 같다. 그러다 결국 항상 기분 좋지 않게 시간이 생각했던 시간보다 5분 늦게 출발하게 된다.

악순환 악순환이었다. 

아이에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혹시나 원인을 잘못 파악하면 해결책이 산으로 가니까. 하나하나 아침의 상태에 대해 짚어주니 본인도 몰랐던 본인 심리 상태가 콕 찝혔는지 들켜버린 듯 수줍게 씩 웃음을 보인다. 사실. 맞아.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지금, 8시야. 긴장감 몇 프로야? 15% 정도?? 그래. 벌써 조금 올라왔네

지금, 8시 17분이야. 긴장감은 몇 프로? 100%!  그래 꽉 찼구나!

자, 봐봐 지금 괜히 소리 지르고 싶은 것도 누나 놀리고 싶은 것도 지금 긴장감이 꽉 차서 폭발하려고 그런 거 같아. 괜찮아 그러자 아이는  입으로 소리 내는 대신 닭모양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꽤 애애액 소리를 내며 표현한다. 그래ㅡㅡ;; 웃기다 웃겨.

 

아직은 양치하다가도 튀어나오고 딴짓하고 하지만. 그래도 나도 아이가 왜 그러는지, 자기가 왜 그러는지, 동생이 왜 그러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해 주니까 이제는 서로 웃으면서 편안히 지켜보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불상사를 막고자 당분간 서로 등교시간이 겹치지 않게 준비하는 시간을 10분 정도 엇갈려서 등교시켰더니 한결 수월해졌다. 오늘은 아침에 양치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누나가 쓸쓸할까 봐 문 열고 배웅해 주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위트한 남매미를 보여준다. 

 

왜 저래?를 왜 그럴까?로.

모든 것엔 이유가 있나 보다. 얘 왜 저래? 진짜 이상해!라고 보고 생각하면 문제점 투성이에 항상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저래를 왜 그럴까로 관점을 달리보고 생각해 보면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너희 덕분에 인생의 지혜를 하나 배워가는구나. (촤하하...ㅜㅜ)

 

언제나 너희들의 마음에 싱싱한 풀이 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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